세무정미(世無正味)
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일까요?
그리 쉽게 정답이 나올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.
사람들마다 입맛이 제각각이고 민족마다 좋아하는 기호가 모두 달라 한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맛을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이지요.
사람들마다 입맛이 이토록 다른데 지구상의 있는 모든 종들의 입맛은 더더욱 다를 것입니다.
<장자>에서는 세상에 다양한 동물들과 그들이 좋아하는 맛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결코 한 관점에서 편견을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.
民食芻豢이라! 사람들은 소 돼지 같은 고기를 좋아한다.
麋鹿食薦이라! 그러나 사슴들은 풀을 뜯어 먹기를 좋아한다.
蝍蛆甘帶라! 지네나 노래기들은 뱀 같은 종류를 달게 먹고,
鴟鴉嗜鼠라! 올빼미와 까마귀는 쥐를 잡아먹고 산다.
四者孰知正味인가? 이 네 가지 서로 다른 종류 중에 진정 누가 바른 맛을 알고 있는 동물이란 말인가?
정미, 바를 正자에 맛 味자, 세상에는 결국 바른 맛은 없으며, 각자의 취향과 습성에 따라 서로 좋아하는 맛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.
<장자>는 나아가 맛에도 정미가 없을뿐더러 사는 곳, 正處, 좋아하는 짝, 正色, 역시 서로의 기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.
장자의 의도는 간단합니다.
세상을 오로지 자신의 생각과 잣대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.
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고,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이 반드시 절대적으로 맛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.
세상은 다름이 있을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.
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할 때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피워낼 수 있는 것입니다.
世無正味라! 세상에는 절대적인 맛은 없다! 오늘 혹시 나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상대방을 미워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.
